이 책은 저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평생 연구한 자료들을 한 데 모아 정리한 대중 교양서다.
대니얼 카너먼:
-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
- 행동 경제학의 창시자
- 2005년, 이스라엘 국민이 뽑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스라엘인으로 선정
뭐 더 설명이 필요한가? ㅋ
이 책이 얼마나 유익할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유일한 단점은 너무 방대하다는 것이다.
일단 두께부터 백과사전 두께인 데다가 지면 자체도 보통 책 보다 크다. 글자 크기가 작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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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뇌의 시스템을 시스템 1, 시스템 2로 분리한다.
시스템 1은 본능과 직관, 시스템 2는 이성을 의미한다.
『클루지』도 참고하면 좋을 듯. 애초에 클루지의 내용도 카너먼의 것이다. 애초에 이 분야의 창시자가 카너먼이니 당연한 것.
시스템 2의 치명적인 단점은 게으르다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운전면허증에 사고로 사망할 경우 장기 기증 여부를 표시해 둔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장기 기증을 할지' 물어봤을 때와 '장기 기증을 하는 것을 거부할지' 물어봤을 때, 둘 사이의 응답 차이가 말도 안 될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사실 두 질문은 같은 질문이다. 그냥 장기 기증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질문의 형식을 바꿨을 뿐인데도 응답의 극명한 차이가 난다.
만약에 우리가 시스템 2가 항상 작동하는 로봇 같은 존재라면, 질문의 형식에 상관없이 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이게 그 유명한 '넛지'다.
게다가 위 문단에서 나는 그냥 '응답 차이가 크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 1을 자극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시스템 1은 시스템 2보다 훨씬 강력한 데다가, 시스템 2는 훨씬 게으르다. ('훨씬'을 붙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냐 없냐는 시스템 2를 활성화하느냐 마느냐에 달렸다.
그러면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최선의 판단이 맞는지 의심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책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방법 중 몇 가지만 가져와 봤다.
- 다른 선택지를 생각해 보고 비교해 보기
- 통계 활용 (기저율, 베이즈 추론, 평균 회귀 등)
- 실패 사전 점검 (실행 전,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리 생각해 보기)
위 방법들의 공통점이 뭔지 혹시 보이는가?
바로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여자와 결혼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하자.
사실 우리는 고민을 시작하기 전부터 선호하는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고, 시스템 1은 어떤 선택이든 간에 얼마든지 합리화해 낼 수 있다. 하나의 선택지에서 고민하는 것은 우리의 똑똑함과 관련 없이 무의미하다.
결혼을 '할지', '말지'는 2가지 선택지 아닌가요?라고 할 수도 있다. 맞긴 맞는데, 스스로 마음을 잘 관찰해 보라.
자세히 살펴보면 두 시나리오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나리오의 '가치'를 매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해결 방법은, 여러 가지 선택지를 생각해 보고 서로 비교해 보거나, 친구나 가족에게 의견을 물어보거나, 통계를 살펴보는 것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시스템 2가 활성화된다.
여기서 또 재밌는 점이 있다.
행복에 관해서는 완전히 반대라는 것이다.
우리가 부자든 거지든, 멀쩡하든 장애가 있든 간에 별생각 없이 살아간다.
시스템 1은 최근의 일에만 주로 관심을 가지는 까닭에, 설령 다리 한쪽을 잃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익숙해진다.
대부분의 사건은 3개월만 지나도 행복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상황과 타인의 상황을 비교하는 순간 시스템 2는 활성화되고, 행복도는 떨어지게 된다.
생각 나는 영상이 하나 있는데, '일론 머스크 룸메이트' 영상이다. 상당히 웃기다.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의 인지적 오류를 항상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고 앉아 있을 시간 따위는 없다.
방법을 알고 있어도, 긴장되는 상황에서 그 방법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랬다면 발표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내가 미국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해 낸 유일한 해결책(에 가까운 것)은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or 시스템)
규칙 없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게으른 시스템 2를 매번 사용할 수 없다.
시스템 1은 일관성이 없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자주 내린다.
하지만 씻기 전에 침대에 눕지 말라는 '규칙'은 시스템 1을 강타한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규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진짜 몰랐다.
행동 경제학자의 딜레마 중 하나는, 자유를 제한해야 하는가?
자유를 주면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자신에게 손해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유를 방임해야 하는가?라고 한다.
그래서 '넛지'가 매우 유용하다. 강제성을 띠지 않으면서도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게다가 타인의 인지 오류를 발견하는 것은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래서 조직의 규칙은 개인의 규칙보다 더 잘 지켜질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저자인 카너먼이다.
작년에 생을 마감했는데, 사고사나 자연사가 아니라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합리적인 거 보소;;
그냥 잡다한 내용들
기분 좋음, '인지적 편안함'은 시스템 1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나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꽤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위 책을 콕 집어서 언급하며 '비결이 있다'고 말하는 책은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하려 하는 시스템 1을 자극하는 것이라며, 저런 책의 내용은 '사후 끼워 맞추기'일 뿐이고, 성공한 기업들에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단지 우연일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앵커링 효과: 협상에서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을 값을 먼저 말해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는 것
상대가 먼저 앵커링을 시도하면 나도 극단적인 반대 앵커링을 시도하여 상쇄하라고 조언한다.
평균 회귀:
한 비행 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곡예비행을 잘한 생도들에게 칭찬을 했는데 다음에는 더 못했고, 못한 생도들에게 고함을 질렀더니 다음에 더 잘했다.
그러니까 포상은 효과가 없고 벌은 효과가 있다.'
카너먼은 그것이 단지 평균 회귀일 뿐이라고 말한다.
교관은 왜 칭찬을 했을까? '평소보다 잘했기 때문'에 칭찬을 한 것이다. 당연히 다음에는 그보다 못할 확률이 높다.
왜 고함을 질렀을까? '평소보다 못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당연히 다음에는 그보다 잘할 확률이 높다.
합리적으로 확률을 추론하는 법:
E.g. A의 성적 추론하기
1. 기저율
학생들의 성적 평균을 찾는다.
2. 증거의 신뢰도, 상관관계에 따라 확률 변경
A가 평소에 공부를 잘했거나 못했다는 증거가 있을 것이다. 그것에 따라 기댓값을 수정한다.
3. 평균 회귀
다시 평균 방향으로 기댓값을 약간 조정한다.
장기 예측은 전문가나 원숭이나 차이가 없다.
전문가의 잘못이 아니다. 단지 세상이 너무 복잡한 탓이다.
손실 회피 성향: 이익보다 같은 양의 손해를 훨씬 더 크게 느낀다.
A: 55% 확률로 1000달러 얻기, 45% 확률로 꽝
B: 무조건 500달러 얻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실 회피 성향 때문에 B를 선택한다.
하지만 '전문가처럼 생각하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기댓값이 높은 A를 선택했다.
반대로, '얻기'가 아니라' 잃기'일 경우, 사람들은 도박하기를 선택했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확률에서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한다.
0%를 1%로 만들기 위해, 99%를 100%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다.
50%를 51%로 만들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보험과 로또 사업이 돈이 되는 것이다.
프레이밍:
A: 90%로 수술 성공
B: 10%로 수술 실패
둘 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사람들은 A로 제시했을 때 수술에 동의할 확률이 더 높았다.
정점과 종점:
고인이 된 A와 B가 있다고 하자.
A: 평생 동안 무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지만 병 때문에 마지막 1년을 고생하다가 죽었다.
B: 젊을 때 큰 성공을 거뒀고, 죽기 전 3년 동안 행복한 말년을 보냈지만 나머지 삶의 대부분에서 불행한 삶을 보냈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삶이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평가했을까?
B다. 사람들은 지나간 일을 기억할 때 정점과 종점의 평균으로 그 기억을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ChatGPT'와 대화하고 있냐고 물었다.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GPT와 대화한 기록을 보니, 내가 볼드체를 활용하는 패턴이, 무의식적으로 GPT를 따라가고 있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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