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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생각들

MBTI: N과 S의 차이

MBTI에서 유독 N과 S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마"라고 했을 때, S는 정말로 아무 생각 안 하고 N은 "어떻게 아무 생각을 안 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아무 생각을 안 할 수가 있을까?

S는 감각에 예민하고, 의존한다. S에게 아무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은 생각이 아니라 감각에 집중한다. 바람이나 옷의 감촉을 느끼거나, 눈앞의 물체의 특정 부분을 응시하면서 생각을 지우는 것이다. N도 이 방법을 알고 노력하면 아무 생각을 안 할 수 있다. 

 

MBTI는 뇌세포를 분석하거나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설문조사의 결과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내 반대성향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나는 INTP인데 이는 내가 나서지 않고, 감각보다는 생각에 의존하고, 감정보다는 논리를 중시하고, 계획보다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지, 그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N과 S에 대해서 더 설명해 보자면 아침에 일어났는데 배가 고픈 상황을 생각해 보자.

 

S는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밥을 먹는다. 감각 자체가 행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고파서 밥 먹고, 피곤해서 잠자고, 주먹이 날아오니까 피한다. (이런 성향은 SP가 SJ보다 더 크다.)

 

반면에 N은 배가 고프다 하더라도 일단 먼저 생각을 해본 뒤 지금 밥을 먹는 것이 더 타당하거나(T) 더 좋다고(F) 판단한 다음 행동한다. 

 

아주 유명한 김연아의 짤이 있다.

 

왜 아무 생각이 없다고 했을까? 그녀는 이후 훈련에 대한 생각, 밥에 대한 생각 등 잡다한 생각들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트레칭에서 오는 몸이 풀어지는 감각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도 이런 짤이 있다.

진짜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다리의 감각, 공을 터치하는 발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운동선수 중 S가 많은 이유다.

 

N이 보기에 극 S인 사람은 생각 없이 산다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다. 저 사람들은 피겨나 축구 외에 정말 아무 관심도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엄청난 장점이기도 하다. 정말로 원하는 곳에만 에너지를 집중하고, 복잡한 생각 없이 바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며, N인 내가 필요로 하던 것이다.

 

 

이는 감각에 대한 믿음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사실 배가 고프다는 것은 내 몸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피곤하다는 것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메시지이다. S는 그것을 믿고 그대로 따른다. 

 

N인 나의 경우에는 조금 아프거나 불편한 것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내부와 외부의 미세한 신호에 무감각한 것 같다. 

 

S에게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예: 철학, 먼 미래)은 없는 것과 같다. 애초에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선호하지 않는다. 주변의 모든 어른들이 공부하라고 할 때 S는 그냥 받아들이고 공부를 한다. 그래서 시험공부는 잘한다. 

 

반면에 N은 감각을 신뢰하지 않으며 보고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신, 귀신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데 아무튼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태양계에는 외계인이 없는데 아무튼 그 밖에는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태양계 밖은커녕 화성도 못 가는 주제에 말이다. 우리들은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도 스스로 납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기존의 관습을 무시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혁신가들은 N이 많다.

 

SJ와 SP는 비슷할 것 같지만 극과 극이다. SJ는 개미, SP는 베짱이다.

 

위에서 말한 감각 그 자체가 행동의 근거가 되는, 배고프니까 먹고, 피곤하니까 자는 것은 SP의 특성이다. SJ보다 감각이 강하고 쾌락주의적이기 때문에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감각형이다. 예술가가 많다.

 

SJ는 감각에 예민하고 의존하는 것은 똑같지만, 그것을 통제하려고 한다. 김연아, 손흥민 둘 다 ESFJ이다.

 

N은 무감각하고, SP는 감각을 느끼는 것 자체가 목적이지만, SJ는 감각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민감하게 인지하면서도 잘 통제하기 때문에 오히려 성실하고 금욕적인 경우가 많다. 성실하고, 겸손하고, 말 잘 듣고, 모범적인, 전형적인 "착한" 사람의 이미지가 SJ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MBTI가 어떻다고 해서 반대 성향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나는 N이지만 일과 공부가 아닌 경우에는 오히려 S를 더 많이 사용한다. 

 

영화를 볼 때 그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이나 줄거리보다는 작화나 연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노래를 들을 때도 가사보다는 그냥 멜로디가 좋은 노래를 듣는다. 나는 팝송을 즐겨 듣는데 가사를 하나도 모르고 그냥 듣는 노래들이 수두룩하다. 

 

또 블로그 글을 쓸 때도 단순히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T)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 즐겁게, 자연스럽게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한다.

 

 

마이어스-브릭스 모녀가 MBTI를 만든 목적은 사람들의 적성을 찾아주는 데 있었다.

 

그 말인즉슨, 각 기능에 따라 그에 적합한 일이 있다는 것이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있다. "감정 단어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미묘한 감정을 더 잘 구별할 수 있고, 감정을 더 잘 구별할수록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그러고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으로 더 많은 감정을 알고 경험해 볼 것을 제안한다.

MBTI도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성격 유형에 대해 더 잘 알고, 특정 행동이 어떤 기능의 작용으로 인해 나온 것인지 구별할 수 있다면 나 자신의 성격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나 자신의 MBTI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이 필요한 이에게 F처럼, 문제 해결이 필요한 이에게 T처럼, 자신감이 필요할 때 E처럼, 집중력이 필요할 때 I처럼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길 인간학 연구소 유튜브

요즘 정말 자주 보는 채널이다. MBTI나 애착 유형 등 성격 유형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준다. 본인이 직접 그린 건지는 모르겠는데 캐릭터들의 인상이 MBTI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