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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설

시대가 천재를 원할 때.

장송의 프리렌이라는 만화를 봤다.
 
장송의 프리렌에 등장하는 인물 중 '레르넨'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인간 마법사 중 최고라고 불릴 정도로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재능에도 불구하고 마왕이 사망한 뒤의 평화로운 시대인 작중 시점에서는 별 다른 명성을 떨치지 못하고 작중 비중도 매우 적다.

 
언젠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에 본 글이 갑자기 기억이 났다. "천재는 시대가 원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해당 글에는 오스트리아 빈을 예시로 들었는데, 빈에 그렇게 많은 예술가가 탄생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빈이 천재적인 예술가들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빈이 예술가를 원했고, 그랬기에 관련 인프라나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예술가들이 모여들었고, 예술로 돈을 벌고 대우받을 수 있었고, 예술이 어느 정도 '보편적인 일'이 될 수 있었기에 수많은 천재들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PC방을 다니는 게 보편적인 한국에서 인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커라는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탄생했으며, 브라질과 같은 남미에서 유독 축구 선수가 많이 배출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나도 게임을 많이 했고, 내 친구들도 다 게임을 했다. 게임을 잘하면 친구 사이에서 대우 받았으며, 게임을 하지 않는 애들도 친구들과 얘기하기 위해서 게임을 많이 시작했다.
 
따라서 PC방 같은 관련 인프라가 빠르게 확장되었으며, 아무도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의 문화가 게이머를 원했고 그렇기에 수많은 유명한 한국인 프로게이머들과 페이커가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보자.

 
콜럼버스는 인품도 안좋고 아메리카 대륙의 최초 발견자인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부모님도 알고 많은 사람들이 아는데, 다른 위인들과 비교하면 그 유명세에 비해 사실 존경할 만한 인물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름이 알려지고 위인으로 남게 된 것은 시대가 위대한 탐험가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5세기 ~ 18세기에 걸친 대 식민지 시대에는 그와 같은 도전적인 탐험가들이 필요했고, 그렇기에 너도 콜럼버스처럼 위대한 탐험가가 될 수 있어, 이렇게 올려치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탐험에 뛰어들기를 바랐을 것이다. 
 
나는 위인들의 동상을 세우는 행위도 옛 위인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지금의 사람들이 저런 위인을 본받아서 위대한 사람이 되기를, 이순신, 세종대왕 같은 위대한 인물이 다시 배출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동상을 세우고 업적을 기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머스크도 시대가 원하는 천재이기 때문에 이렇게 유명해졌다고 생각한다.

 
머스크가 이미 부자임에도 전재산을 투자하고 파산 위기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우주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우주 산업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머스크가 없었더라면 우주 개발이 몇백년은 더 늦춰지고 지구 안에서만 지지고 볶고 했을지도 모른다.
 
머스크가 없었더라도 누군가가 언젠가는 우주 개발에 뛰어들었겠지만, 사실 냉전 시대에 두 열강의 경쟁으로 폭발적으로 발전한 뒤로는 거의 관심과 지원이 끊긴 분야였다. 하지만 지구의 내, 외적인 위협에 대비해 언젠가는 필요한 분야였고, 머스크는 거기에서 실망하고 '내가 해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또한 테슬라와 솔라시티와 같은 사업들도 에너지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하지만 환경, 에너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시작했다.
 
특히 테슬라와 관련해서 테슬라가 1위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전기차가 보편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기술 발전이 알아서 되는 줄 알고 남이 해주는 줄 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때, 발전이 끝나는 것이다. 위대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누군가가 어떻게든 하겠지'가 아니라 '내가 해야지' 하고 마음먹은 사람들이다. 결국 그런 사람들이 인류를 발전시키며, 시대가 그런 사람들을 원한다.


장송의 프리렌에서 과거 프리렌과 함께 마왕을 무찌른 용사인 '힘멜'은 작중 시점에서 늙어 죽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존경을 받는 전형적인 위인이다.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결국 덧없이 늙어서 죽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면서, 그와 같은 시대를 살지 않은 어린 이들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꿈을 키우고 힘을 얻으며 주인공 프리렌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도.
 

 
머스크도 죽겠지. 그가 죽더라도 다행성 종에 대한 그의 의지는 이어져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보잘것없지만, 머스크가 죽고 아무도 다행성 종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내가 할 것이다. 누군가 하더라도, 나도 할 것이다.

- 일론 머스크 -
- 스티브 잡스 -

장송의 프리렌에서는 "상상할 수 없으면 실현할 수 없다."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스티브 잡스의 말과 뭔가 비슷한 느낌. 또한 '시대'에 대한 것도 계속 나온다.
 
장송의 프리렌은 마왕 토벌 당시 용사 일행이었던,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사는 엘프 프리렌이 과거의 사람들이 대부분 죽은 뒤 새로운 시대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모험을 하는, '그래도 세상은 흘러간다'는 느낌의 만화이다. 
 
모험 이야기지만 화려한 액션보다는 뭔가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교훈이라고 해야되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잔잔하고 정적인 느낌이다. 정말 내 스타일에 맞고 마음에 드는 만화다. 완전 강추. 내 최애 만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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