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중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중동은 영어로 Middle East로, 동쪽의 중앙이라는 뜻이다.
유럽인들은 아시아의 국가들을 자신들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근동, 중동, 극동으로 나누었다.
대한민국은 가장 동쪽, '극동'에 속한다.
현대에서 중동이라 함은 아래 지도의 초록색 부분을 뜻한다. 서쪽으로는 튀르키예와 이집트, 동쪽으로는 이란까지를 포함한다.
저 국가들이 왜 중동에 속하냐? 고 한다면 설명하기에 상당히 애매하다. 튀르키예와 이란은 아랍어를 쓰지도 않는다.
나는 '이슬람 제국에 뿌리를 둔 국가들'이라고 하면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연두색 부분의 국가들은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역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으며, 대중동이라고 묶인다.
애초에 중동과 대중동의 범위도 국가마다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에 대충만 알면 된다.
중동은 왜 싸우는가?
선요약, 중동은 왜 싸우는가?
모든 것의 시작은 근대의 문제아들, 그냥 이 새끼들임. (영국, 프랑스)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오스만 제국이 패망했다.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오스만의 영토를 포함한 중동 지역을 종교, 민족, 지역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마음대로 나누었다. (오스만이 20세기까지 존재했는지 처음 알았다)
여기서부터는 비유로 설명하겠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 후, 미국이 한중일 땅을 이렇게 나누었다고 해보자.
- 한국과 일본은 같은 나라로 합병하여 강제로 '한일민국'을 만들었다. (두 나라가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특성은 무시하자)
- 중국의 조선족 거주 지역을 떼어서 한일민국에 편입시켰다.
그랬더니 이런 문제들이 생겼다.
- 내부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권력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 혼란스러운 와중에 조선족들이 독립시켜 달라고 난리를 친다.
- 그 와중에 중국이 내 땅 다시 내놓으라고 난리를 친다.
이런 난리통이 중동의 거의 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났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국민국가를 이루고 있다.
국민국가의 국민들은 모두가 하나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한다.
흑인이더라도 자신은 '아프리카인'이 아니라 '미국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든지 군인이나 소방관을 봤을 때 'Thank you for your service.'라고 말한다.
그것이 정체성이다.
하지만 중동 국가들은 인위적으로 쪼개진 탓에 정체성의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최대 피해자들
◆ 쿠르드족
쿠르드족은 자기들의 국가도 얻지 못하고 수없이 많은 나라들로 쪼개졌다.
심지어 모든 국가에서 소수민족으로 탄압을 받고 있다.
◆ 시리아
시리아에서는 4개의 세력이 현재까지도 싸우고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국가와 세력들이 얽혀있다.
◆ 팔레스타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는 간단하게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현재까지도 팔레스타인은 독립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인정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으나 미국이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슬람의 기원
- 라마단월의 어느 날, 메카 인근 산에서 명상을 하던 무함마드라는 사내에게 천사가 알라의 계시를 전함.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유일신은 모두 동일한 존재다. 즉, 하나님 = 알라)
- 무함마드는 알라의 계시를 계속 전파했고, 메카에 추종자들이 생겨났다. 그 종교는 '이슬람'이라고 불림.
- 메카의 기득권 세력이 신흥세력을 좋게 볼리가 없었고 무함마드와 추종자들은 박해를 받음. (메카를 지배한 세력은 '꾸라이시족'으로, 무함마드도 꾸라이시족이다)
- 유대인 부족이 살고 있던 메디나로 도피.
- 이슬람 세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꾸라이시족이 메디나로 쳐들어왔지만 유대인과 연합하여 막아냄.
- 무함마드는 여세를 몰아 유대인까지 공격했고 메디나의 지배자가 됨.
- 메카의 부족들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메카와 메디나를 포함한 인근 지역을 손에 넣음.
- 무함마드는 메카로 돌아온 지 2년 만에 사망하고, 후계자인 '칼리파' 선출. ('칼리파 라술 알라 = 알라의 사도의 후계자'라는 뜻)
- 칼리파들은 '온 세상이 알라에게만 예배드릴 때까지 거룩한 싸움(지하드)을 계속한다.'는 무함마드의 비전을 물려받아 정복 전쟁을 계속함.
- 그렇게 만들어진 국가가 이슬람 제국
이슬람의 특징
신의 계시를 기록한 《쿠란》,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는 무슬림들에게 법이나 마찬가지다.
무함마드 사후 쿠란과 하디스가 완성되고 나서부터는 이것들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없다.
시대에 따라 이슬람 신학자들이 해석을 통해 유연성을 발휘할 따름이다.
이슬람 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있다. '인민 주권' 개념이 발달하기 어려운 이유다.
서양은 기독교가 생기기 이전부터 로마 제국이 존재했다.
국가가 종교를 포용한 것이다. 따라서 종교법이 로마법의 우위에 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슬람 제국은 종교 공동체로부터 생겨났다. 따라서 종교가 법 위에 있다.
신의 계시는 아랍어로 전해졌다.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된 성경과 달리, 《쿠란》은 오직 아랍어로 쓰인 것만 인정받는다.
그래서 이슬람 문화권에는 아랍어가 같이 전파됐으며 토착 언어를 밀어내고 주류 언어가 되었다.
'아랍인'은 어떤 특정한 민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이슬람을 믿는 사람을 말한다.
이집트인, 예멘인, 베르베르인들도 이슬람교가 전파되면서 아랍인이 되었다.
의외로 《쿠란》에는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슬람 제국의 초기에는 평등주의 정서가 매우 강했다.
저자는 이 평등주의가 초기 이슬람 제국이 빠르게 성장한 비결이라고 한다.
- 세습제가 아닌 능력주의 인사
- 기독교, 유대교 등 다른 일신론 종교를 포용했기 때문에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다
이슬람은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 수니파: 능력에 따라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
- 시아파: 예언자 무함마드의 혈통에서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
평등주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슬람의 다수파는 수니파이다.
중동은 왜 싸우는가? 그 두 번째 이유
중동에서 왜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는지는 앞서 이해했다. 하지만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왜 중동의 분쟁은 그렇게 잔인한가? 왜 살인, 납치, 테러를 일삼고 참수하는 것을 전 세계에 중계하는가?
나중에 후술 하겠지만 중동 국가들도 서구화를 시도했고, 아랍 민족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통해 연합해보려 했다.
때로는 앞서 말한 구조적 문제 때문에, 때로는 서방의 개입 때문에, 어쨌든 거의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이슬람 원리주의자(근본주의, 극단주의)들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이 타락했으니까 신께 버림받은 거야."
그들은 전성기였던 초기 이슬람 제국 시대를 모범으로 삼고, '순수한 이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수한 이슬람'이란, 오직 경전에 나온 대로만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쿠란》, 《하디스》에는 논란이 있는, 충분히 악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구절이 꽤 많다.
전쟁 말고도 전쟁 범죄, 성노예, 여성 차별 등을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는 구절들도 존재한다.
종교 지도자의 삶은 그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모범이 된다.
성직자들은 예수처럼 설교자, 봉사자가 되고 싶어 하고,
승려들은 석가모니처럼 무소유의 수행자가 되고 싶어 하고,
유교 학자들은 공자처럼 선생이나 정치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무슬림의 귀감이 되는 무함마드는 사실상 무장 단체인 종교 공동체의 수장이었고, 약탈과 학살을 자행했다.
현대의 관점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종교 지도자들에 비해 매우 호전적인 성향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왜 중동의 분쟁은 그렇게 잔인한가?'에 대해 대답하자면,
- 경전의 구절들로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다
- 이슬람의 시초인 무함마드부터가 호전적인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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